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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삶 :)

[좋은예감][정채봉][한여름밤 읽어보믄 좋을거같은 소설]

누보 플라워 앤 테이블 / (구)썬즈플라워 2014. 6. 30. 17:28

-------------------------------------------------본 글은 스크랩해온 글임을 알려드립니다-----------------------------------------

 

 

밤바람이  향기로운 여름날 저녘이었어요.  하늘에는 별님 두엇을 거느린 달님이 방긋 웃고 있어요.  달빛 아래 언덕진 들판은 온통 푸르스름한 은빛 양탄자를 펼쳐놓은 듯 했어요.  고슴도치 한마리가 산울타를 따라 들기을 어슬렁어슬렁 걸어 나왔어요.  즐거운 듯 콧노래를 읊조리고 있군요.  "달님 등불에/ 별님 촛불/ 밤마다 머나먼 길/ 떠도는 나/'  가냘프게 울리는 나지막한 노랫소리에 자박자박 떼어놓는 발걸음 소리가 박자를 맞추었어요.  시원한 밤바람이 등에 돋힌 가시를 스쳐 지나갔습니다.  숲에서는 나이팅게일이 어지럽게 지저귀고 있었지만 고슴도치는 거들떠보지도 않았어요.  줄곧 자기 노래만 흥얼대고 있었지요.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을 만큼 작고 아련한 노랫소리였어요.   '이끼 양탄자에/ 햇님 난로/ 지붕에 산울타리라네/ 그곳이 나의 보금자리.'중략....  고슴도치는 근처의 풀이랑 꽃이랑 나무 향기를 예민하게 구별해서 맡으며 신나게 앞으로 나아갔어요.  드디어 작은 들이 있는 곳에 이르렀어요.  산토끼 쟈크 할아범이 문에 기대어 서 있었어요.  "여어, 자크영감. 요즘 어때?"고슴도치가 붙임성 있게 말을 건넸습니다.  "그저 그래."산토끼는 물고 있던 볏집을 뱉으며 고슴도치쪽으로 몸을 돌렸어요.  "자네는?"  "보시다시피 팔팔하지. 참 좋은 밤이구먼."  "정말일세.  그런데 어디 가던 참인가?"  "저기 보리밭에, 보리 자라는 걸 보고 싶어서....그건 언제 보아도 좋아. 보리는 달밤에 조금씩 큰단 말야.  그렇게 멋진 곳은 좀처럼 찾기 힘들지."  "나도 따라가야지."  "오늘 밤은 달이 참 밝구먼. 하늘에 등불이 켜진 것 같아."나란히 걸어가며 고슴도치가 말했습니다.  다리가 긴 산토끼는 작은 고슴도치와 발걸음을 맞추려고 천천히 걸음을 떼어놓았어요.중략...고슴도치와 산토끼는 작은 시내를 건넜어요.  산토끼는 껑충하고 단번에, 고슴도치는 아장아장 얕은 곳을 찾아 돌이랑 잔가를 딛고, 물가에 족제비 한마리가 검은 물살에 발을 담그고 있어요.  "여어, 안녕! 요즘 어때!"고슴도치가 친근하게 말했어요.  "별 탈 없이 지낸다네."족제비가 대답했어요.  "자네들 어디 가는 길이나? 괜찮으면 우리 집에서 쉬었다 가게나.  내 묘기를 좀 보게. 내 털의 잔물결을 앞아자락끝부터 차례차례 일어나게 해서 마치 제비처럼 보이쟎아?"  "우린 보리가 자라는 걸 보러 가는 길이야."고슴도치의 말에 산토끼 쟈크 할아범도 거들었어요.  "보리 이삭 패는 것 말일세."  "그것 참 좋은 구경거리겠군. 가서 볼 만하겠네."족제비도 마음이 내켰어요.  "보리 이삭이 패면서 바람에 흔들리는 것을 보면 가슴이 다 후련해질거야..중략...  나지막한 언덕에 이르러 세동무는 걸음을 멈추었어요.  달빛에 빛나는 넓은 보리밭이 황홀하게 펼쳐져 있었어요.  고요한 밤의 숨결을 타고 수많은 보리 이삭들이 살랑살랑 움직이는 소리가 음악처럼 전해져 왔어요.  드넓은 보리밭을 지키는 파수꾼처럼.  달님이 하늘에서 지켜보고 있었어요.  큰곰자리 별들이 반짝반짝 빛을 내며 세 동무들에게 눈길을 보냈어요.  "들려? 보리가 무언가 말하고 있는 것이?"고슴도치가 속삭였어요.  "보리에도 생명이 있는 걸까?"족제비가 물었어요.  "들리지 않아? 그리고 보이쟎아.  숨쉬고 있는 게. 보리들이 크게 숨쉬느라 들숨날숨하쟎아."산토끼 자크 할아범이 말했어요.  "보리밭 구경은 굉장하구나."  "시냇물과 같아.  우리 집 작은 시냇물처럼 잔물결이 일렁이며 소곤거리고 있네."족제비의 감탄이었어요.  온 밭 가득하니 키 큰 보리들이 넘실대고 있었습니다.  밤바람에 일렁이는 보리들은 속삭이고 있는 듯했어요.  보리 이삭 스치는 소리가 마치 멀리서 들려오는 바다 물결소리 같았어요.  수많은 보리 이삭들이 몸 부비며 정답게 소곤거리는 소리를 들으면서 고슴도치가 말했어요.  "보리 일렁이는 걸 바라보며 속삭이는 소리만 들어도 이렇게 좋은데."  "정말 이소리만 듣고 있어도 마음이 착 가라앉는구먼."자크 할아범이 대꾸했습니다.  "하지만 이삭들이 무어라고 속삭이는지 잘 모르겠는걸.  어쩐지 서툴게 말하고 있는 듯해.  저어 무슨 말들을 하고 있는거지?"  "글쎄, 잘은 몰라도...."고슴도치는 우물거리며 고개를 갸웃했어요.  그리고 이삭들의 소리에 귀기울이면서 말했어요.  "뭐랄까. 나에겐 노랫소리처럼 들려.  이봐, 자네도 그런 생각으로 들어보게니."고슴도치는 조그만 손을 귀에 대고 귀기울였어요.  그러자 수많은 이삭들이 산들거리며 노래하는 소리가 들려왔어요.  '우리들은 무럭무럭무럭/ 맛있는 빵이 도기 위해/ 땅의 은총을 받으며/ 쑥숙쑥 자란다네./ 우리들은 보리라네./ 여문 이삭으로 자란 우리/ 모두들 즐겁게 먹겠지.'  "음, 이제 알겠네. 이렇게 노래하고 있구먼. 보리는 자라고 익어서 거두어들일 때를 기다린다고. 보리는 자라고 있구나. 우리들처럼."고슴도치가 말했어요.  세 친구들은 앉은 자리에서 일어나 이제 그만 돌아가로 했어요.  "안녕, 잘 자."  "자, 이제 헤어지는거예요."  "멋진 구경이었네. 잊을 수 없을거야. 보리를 거두어 들이기 전에 다같이 한번 더 와보세.  자, 잘들 자게나."고슴도치는 산울타리 아래 보금자를 향해 종종걸음치고, 산토기 쟈크 할아범은 작은 문이 있는 그의 보금자리로 돌아갔어요. 조그만 족제비는 오래도록 작은 시냇가 둑에 걸터앉아 물소리에 귀기울이며 보리들의 속삭임을 생각하고 있었어요.                                                                                                                                                                            -정채봉의 '좋은예감'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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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 가볍게 읽기 좋은 에세집중 베스트로 꼽히는 정채봉님의 글입니다~ 사이사이 동화나 이솝우화같은 이야기의 구성이 재밌고 좋았던거 같아요.

 

 

♥특별한 날 소중한 사람에게 특별한 꽃으로 마음을 표현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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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유선(@nouveau_flower_n_coffee) • Instagram 사진 및 동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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